린가드 “영국 잔디는 겨울에도 양탄자인데”…유럽 리그 출신 선수들이 걱정하는 K리그 추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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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FC서울 캡틴 제시 린가드가 22일 FC안양과의 홈 경기에서 득점 후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의 ‘캡틴’ 제시 린가드는 “영국 잔디는 양탄자다. 잔디 상태는 말해 뭐하냐”며 한국과 영국의 잔디 품질 차이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린가드는 최고의 환경에서 활약했던 선수라 K리그의 한겨울 잔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유럽을 경험한 K리그 선수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잔디 상태와 혹한기 환경이다.

최근 이승우(전북)는 지난 주말 광주FC와 홈경기가 끝난 뒤 “너무 추웠다. 경기장이 축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전주 지역은 체감온도가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는 극한 상황이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 활약했던 이승우는 “개막을 빨리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그라운드에서 경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돈을 내고 오는 사람들한테도 솔직히 부끄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북 현대 전진우가 23일 광주FC와의 홈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팔을 착지하는 과정에서 다치면서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연맹은 국제 일정 정합성, 혹서기 경기 부담 해소, 해외 이적 시장 연계 등을 이유로 추춘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청용(울산)은 “2월의 대한민국 축구 경기장 잔디 상태는 경기를 치르기에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K리그 1·2 모두 어느 하나 적절한 경기장이 없다”며 “지난 라운드에서도 꽁꽁 얼어붙은 그라운드 때문에 몇 선수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EPL 볼턴 원더러스와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고, 분데스리가 무대도 밟았던 이청용은 유럽 주요 리그에서는 겨울에도 경기장이 철저히 관리된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카디프시티와 J리그에서 뛰었던 김보경(안양)도 “선수들은 추위도 추위지만 그라운드로 인해 경기 운영 그리고 부상 위험이 더 높아진다”면서 “J리그는 돔구장도 있고 잔디 상태도 우수한 편이다. K리그는 잔디가 1년 중에 몇 개월 빼고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청용은 “추춘제는 경기를 구성하는 가장 큰 주체인 선수 그리고 팬을 위한 조치다. 쉽지 않은 정책이지만 실행된다면 축구, 산업 모두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승우가 언급했듯 “이런 경기장이라면 말이 안 된다. 열선을 깔든가, 잔디를 바꾸든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린가드가 경험한 EPL의 겨울철 양탄자 같은 잔디는 그라운드 열선 시설 덕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구단 잔디 관리자는 “EPL은 국내보다 잔디 예산이 10배 이상이다. 올해 인상된다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30억원 예산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시·도민구단이 많은 현실에선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에서도 EPL과 비슷한 시설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일부에 ‘히팅&쿨링시스템’을 도입해 온수와 냉수를 순환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겨울철 온수 순환으로 잔디를 보호하고, 여름철엔 냉수를 공급하는 방식이었으나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했다. 겨울철 성과는 있었지만, 잔디의 생장 주기가 흐트러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기존 보일러와 열교환기 설비가 있어 추가 비용이 적었지만, 다른 경기장은 초기 시설 투자 부담이 크다.

전문가들은 잔디 개선에만 집중하다 여름철 잔디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는 시즌이 일찍 시작돼 잔디가 충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또 다른 잔디 관리자는 “잔디도 동면한다. 이 시기에 뿌리를 내리며 쉴 시간이 필요한데 올해는 그 기간이 줄었다. 4월 말 기온이 급상승하면 잔디가 죽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울산문수구장과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 등 최근 잔디를 교체한 경기장들이 위험하다. 새로 파종한 잔디가 뿌리를 내리려면 최소 3개월이 필요하며, 대규모 공사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잔디 전문가는 “올겨울 추위로 잔디가 뿌리 내리기 더욱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잔디가 자리 잡으려면 봄 기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올해는 4월부터 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사실상 여름 초입 기온으로, 잔디 관리자들은 비상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효재 기자 [email protected], 황민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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