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러가 일부러 구종 숨겼다고? 그러고도 153㎞+2이닝 순삭… 챔피언 KIA 더 강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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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패스트볼은 높은 코스로 힘 있게 들어갔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 3주 이상이 남았는데도 벌써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3㎞를 찍었다. 여기에 낙차가 큰 다양한 변화구를 던졌다. 상단에 꽂히는 패스트볼과 허를 찌르며 존 안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조합에 상대 타자들이 좀처럼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KIA의 새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31)는 그렇게 첫 실전 등판에서 큰 가능성과 기대감을 남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와 계약해 KBO리그에서 첫 선을 보이는 올러는 25일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연습경기에 등판해 위력적인 구위의 베일을 벗었다. 이날 올러는 네일(1~2회), 양현종(3~4회)에 이어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단 21개의 공으로 마무리했다.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고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등판을 마쳤다.
이미 지난해 KBO리그에서 최고 투수로 활약한 네일에 비해 올러는 아직 미지의 선수라는 점에서 이번 등판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5회 마운드에 오른 올러는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증명하며 첫 등판을 순조롭게 풀어나갔다. 육안으로 봐도 강력한 패스트볼이었고, 여기에 팔 동작도 독특해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공이 살아서 들어왔고, 한화 타자들이 대부분 정타를 맞히지 못하고 물러났다.
사실 복통으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 때문에 등판도 밀렸다. 올러는 "이틀 전에 약간의 복통 증세가 있어서 투구를 해야 하는지 안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이제 쉬는 날 동안 상태가 괜찮아졌기 때문에 다시 코치님에게 말씀을 드렸다"면서 "사실 시즌 중에도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현재 100%가 아니어도 어쨌든 경기에 나가서 계속 싸워야 한다. 그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고 정말 부상을 당해서 다치지 않는 한은 우선 나가서 싸워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자 생각"이라며 책임감을 드러냈다.5회 선두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올러는 역시 베테랑 타자인 안치홍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한가운데 들어가는 변화구였지만 안치홍이 정확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이어 권광민은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기세를 높였다. 하이존에 패스트볼을 던져 카운트를 손쉽게 선점한 올러는 2S 이후 변화구보다는 과감한 몸쪽 패스트볼 승부로 재미를 봤다. 권광민이 변화구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 방망이가 힘없이 돌아갔다. 올러는 경기 후 이 패스트볼을 마음에 들어했다.
기분 좋게 5회를 정리한 올러는 6회에도 선두 이재원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3B-1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으나 공격적으로 존을 공략한 끝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진 심우준 타석이 하이라이트였다. 심우준이 계속 커트를 하며 올러를 괴롭히자 결국 자신의 주무기이자 비장의 무기인 슬러브를 꺼내 들었다. 커브보다는 빠르지만 꽤 큰 낙차로 떨어지는 슬러브에 그렇게 끈질기던 심우준이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올러는 전체 21구 중 13구가 패스트볼이었다. 변화구보다는 패스트볼 위주로 공을 던지며 가볍게 몸을 푼 셈이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3㎞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도 151㎞에 이르렀다. 그 외에 최고 140㎞의 슬라이더(1구), 최고 131㎞의 커브(3구), 최고 135㎞의 슬러브(4구)를 던졌다. 커브와 슬러브는 구속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궤적이 다르게 떨어져 상대 타자들이 구분하게 굉장히 까다로워 보였다.
놀라운 것은 올러가 이날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 모두를 다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체인지업 등 다른 구종도 있는데 이날은 굳이 던지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전반적인 컨디션 점검이 먼저였기에 패스트볼 위주로 승부하고, 커브와 슬러브 정도만 던져 자신의 감각을 조율하는 선에서 경기를 마쳤다. 강력한 패스트볼에 대처하는 것, 그리고 커브와 슬러브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여기에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등 다른 구종까지 섞으면 타자로서는 더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올러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커브는 좌타자한테 조금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초반에 카운트를 잡기 위한 용도로 많이 상대한다. 슬러브의 경우는 우타자 몸쪽으로 많이 활용을 한다. 웬만하면 카운트 초반에 몸쪽 높은 직구로 타구를 조금 떨어뜨려놓고 그다음에 슬러브를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좌·우 타자 성적 차이가 크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기대가 모인다.

이날 올러의 슬러브는 상당한 각을 자랑했고, 얼핏 봐서는 스위퍼의 움직임을 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한국에서 슬러브라는 구종 자체를 보기 드문 만큼 특히 시즌 초반에는 이 구종이 올러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올 때부터 클래스가 높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올러다. 당장 지난 3년간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다. 다만 어느 정도 벽에 부딪혀 있었고, 그때 KBO리그행을 제안한 KIA의 손을 잡았다. KIA는 올러가 강력한 구위는 물론 현재 경력이 오름세를 그리고 있는 선수고, 안정적인 출전 시간과 맞물려 그 잠재력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러도 그런 전환점이 될 것이라 올 시즌을 고대하고 있다.
올러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언젠가는 '한번 던져보고 싶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빅리그나 미국 무대에서 어느 정도 많은 해를 던져왔기 때문에 이제 선수 경력의 중·후반 때는 좀 더 아시아리그 같은 데서 던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가장 중요했던 이유 중 하나는 3년 동안 계속 마이너리그나 메이저리그로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생활들에 조금 지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피해서 좀 더 꾸준하게 경기 출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KBO리그를 선택했다. 작년에 빅리그에서 던졌을 때 뭔가 나의 최고치가 나오지 않는 모습을 봤다. KBO에 와서 그런 것들을 좀 더 보완해서 좀 더 올라운더로서의 모습을 갖춘 후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팀과 선수에게 윈윈이 되는 계약을 그렸다. 외부에서 영입이 마땅치 않았던 KIA지만, 올러가 기대만큼 해준다면 그 자체로 전력의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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