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키움전. 4회말 무사 푸이그가 김유성의 얼굴쪽 위협구에 발끈하자 심판과 양의지가 달려와 말리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2025.4.2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악동의 귀환을 볼 뻔 했나. 푸이그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키움 히어로즈 푸이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으로 전성기를 누릴 때, 전국구 스타였다. 뛰어난 야구 실력, 화끈한 쇼맨십도 눈길을 끌었지만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동' 이미지도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 중 하나였다. 야구장 안팎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건, 사고를 일으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고, 푸이그도 나이를 먹었으며 더 이상 메이저리그에서도 스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렇게 메이저리그에서 잊혀지던 푸이그가 선택한 곳이 바로 KBO리그. 2022 시즌 키움 소속으로 한 시즌을 뛰고, 범죄 혐의로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다시 야구 선수로 뛸 수 있는 길이 열리며 키움에 복귀했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키움전. 2회말 1사 푸이그가 김유성의 사구에 맞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2025.4.23/옛날 악동 이미지를 생각하면 안된다. 물론 2022 시즌 후 미국에서의 개인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키움 선수로는 단 한 번도 내부를 시끄럽게 만든 적이 없다고. 최근에는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인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보려 온갖 훈련을 다했다고 한다. 또 코칭스태프에게는 자신을 믿고 출전시켜줘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했다고.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키움전. 4회말 무사 푸이그가 김유성의 얼굴쪽 위협구에 발끈하자 양의지가 달려와 말리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2025.4.23/그런데 2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푸이그가 폭발했다. 4회 최주환의 역전 투런포가 터진 뒤 타석에 등장했다. 기세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 그런데 홈런을 맞고 당황했는지, 김유성의 제구가 흔들렸다. 푸이그의 머리쪽으로 강력한 직구가 날아들었다. 깜짝 놀란 푸이그는 공을 피한 뒤 김유성을 노려보며 마운드쪽으로 걸어갔다. 두산 포수 양의지가 황급히 말렸고, 양팀 선수들이 모두 뛰어나왔다. 벤치 클리어링. 다행히 푸이그가 진정해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키움전. 2회말 1사 푸이그가 김유성의 사구에 맞아 출루했다. 김유성이 사과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2025.4.23/머리쪽으로 공이 오면 당연히 타자는 흥분할 수 있다. 하지만 푸이그가 이 공 하나로 그렇게 화가 난 것일까. 일단 2회 첫 타석 김유성으로부터 사구 한 방을 먼저 맞았다. 이 때부터 감정이 좋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 임지열을 상대로도 위험한 공이 날아드는 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유성은 키움에 큰 아픔을 줬던 선수다. 그때도 고척스카이돔이었다. 시범경기 선발로 등판해 방출 후 키움 입단으로 절치부심 시즌 준비를 하고 있던 김동엽의 손을 맞혔다. 골절. 거포 자원이 부족한 키움에 큰 타격이었다. 이 장면을 푸이그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키움전. 4회말 무사 푸이그가 김유성의 얼굴쪽 위협구에 발끈하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2025.4.23/물론, 김유성이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라는 건 야구계 많은 사람들이 안다. 김유성도 키움 선수들을 일부러 맞히거나 위협하려고 공을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푸이그에게는 이 과정들 속 자신의 머리에도 위협적인 공이 들어오자 순간 화를 참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리 고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150km가 넘는 빠른 공은 큰 부상을 야기하는 공포의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
확실한 건 푸이그가 방망이를 들고 움직이니 무섭기는 했다. 그래도 잘 참고 경기에 집중했다. 전날 홈런포에 이어 이날도 멀티히트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