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지킨 김혜성, 오타니에게 비법 전수 받았나… 활짝 웃은 첫 홈런, 이제부터 시작이다

컨텐츠 정보

  • 454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 타격 메커니즘 조정으로 시범경기 타격이 좋지 않았던 김혜성은 2일 샌프란시스코와 시범경기에서 기분 좋은 첫 홈런을 쳐 내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연합뉴스/AP
▲ 첫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혜성.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3년 보장 1250만 달러,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김혜성(26·LA 다저스)은 부푼 마음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하지만 역시 세계 최고의 리그는 만만치 않았다. 스프링트레이닝부터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고, 시범경기부터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혜성은 KBO리그 통산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다. 교타자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장타는 부족하지만 콘택트 능력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콘택트 능력이 있고 운동 신경도 좋아 메이저리그 수준의 빠른 공에도 잘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다저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스윙을 교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일찌감치 나 있었다.

다저스는 김혜성이 스프링트레이닝에 합류하자마자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김혜성도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동의했다. 하지만 상·하체의 움직임을 모두 교정하는 것이기에 단번에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시범경기 초반 일정까지만 해도 이 타격폼의 적응도는 20~30% 정도에 불과했다는 게 김혜성을 취재한 현지 언론의 이야기였다. 그 사이 타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지금 당장 시범경기 타율이 떨어지더라도 김혜성이 최대한 많은 타석에 들어가 바뀐 메커니즘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도록 배려했다. 다저스 선수 중 시범경기 타석 수가 가장 많은 선수 중 하나가 김혜성이었다. 그러나 이는 예상대로 쉽지 않은 일이었고, 3월 1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도 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시범경기 타율은 급기야 0.071까지 떨어졌다.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머리로 알면서도 답답한 심정이 몰려오는 시기였다.
그랬던 김혜성이 드디어 한 방을 터뜨리며 활짝 웃었다. 김혜성은 2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8번 유격수로 출전해 홈런포를 신고했다.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홈런으로 의미가 컸다. 다저스 구단, 다저스 주관 방송사, 그리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까지 김혜성의 홈런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3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르며 심리적인 여유를 찾은 김혜성은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포를 터뜨렸다. 김혜성은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우완 메이슨 블랙의 초구 포심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몰리자 지체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잘 맞은 타구는 힘이 있게 쭉쭉 뻗어 나가면서 좌측 담장을 넘겼다. 홈런임을 확인한 김혜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라운드를 돌았고, 동료들이 이를 축하했다. 홈런 타구를 본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도 박수를 치며 김혜성의 첫 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날 김혜성은 2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3득점을 기록하면서 시범경기 성적을 끌어올렸다. 시즌 타율은 종전 0.071에서 0.125로 올랐고, 출루율은 0.188에서 0.263으로 역시 올랐다. 무엇보다 0.071이었던 장타율이 홈런 한 방에 0.313까지 오르면서 OPS(출루율+장타율)도 0.576으로 상승했다. 홈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김혜성은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홈런을 쳤기 때문에 첫 인터뷰다. 가능한 많이 하고 싶다"면서 "첫 홈런이라 의미가 크다. 정말 기쁘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치려 했다. 타격 코치님이 항상 투수의 특성, 어떤 어프로치를 취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한 방이었기에 이날 경기 뒤에는 안도감이 몰려왔을 수 있다. 김혜성은 친구이자 이날 반대편 더그아웃에 있었던 이정후가 어떤 조언을 해줬느냐는 질문에는 "밥을 많이 먹으라고 하더라"고 대답했다. 건강이 최고라는 조언이다.

▲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와 경기에 8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동점 홈런을 기록했다. 2루에서 이정후와 만난 김혜성. ⓒ연합뉴스/AP
▲ 첫 홈런으로 마음의 부담을 던 김혜성은 이제 도쿄시리즈를 향한 본격적인 여정에 들어간다. ⓒ 연합뉴스/AP


김혜성의 마지막 관건으로 타격을 뽑았던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홈런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홈런으로 부담감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는 현재 스트라이크존을 새롭게 설정하고 있다. 짧은 기간임에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김혜성의 적응력을 칭찬하고 나섰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뛰어난 타자와 그렇지 못한 타자의 차이는 타격의 어프로치다. 김혜성은 2S에서도 타격할 능력이 있다.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는 것은 스프링캠프 중이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서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김혜성을 지켜봐주길 당부했다.

김혜성의 홈런에 환호한 것은 로버츠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그간 김혜성의 팀 적응을 돕는 한편, 어려운 시기에 대해 같이 걱정을 해준 팀 동료들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혜성에 대해 항상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베테랑 유격수 미겔 로하스는 자신의 SNS에 김혜성의 홈런 장면을 올리며 축하했고, 더그아웃의 선수들도 모두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이자 팀의 리더 중 하나인 오타니 쇼헤이도 로하스가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 김혜성을 초대해 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 애를 썼다는 후문이다. 오타니는 김혜성과 같은 소속사고, 이 때문에 겨울 훈련 당시부터 김혜성과 자주 만났다. 스프링트레이닝 공식 소집 전에도 구단 시설에서 김혜성과 함께 훈련을 했다. 김혜성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면, 오타니도 맞절을 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혜성도 오타니에게 많은 것을 물어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혜성은 "오타니 선수에게 야구에 관해 많이 질문하고 있다. 그는 주저 없이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영어로 '노코멘트'라고 대답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어쨌든 심리적으로 상당히 의존하는 관계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첫 홈런으로 끝난 건 아니다. 아직도 개막 로스터까지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홈런 한 방에 타격 메커니즘 조정이 다 끝난 것도 아니고, 여전히 개막 로스터 경쟁은 대단히 치열하다. 김혜성은 수비력과 활용성, 주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타격에서의 물음표가 다 지워진 건 아니다. 앞으로 바뀐 타격 메커니즘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성적도, 2일 터진 첫 홈런도 아주 큰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도쿄시리즈까지 남은 일정에서의 타율이 더 중요하다.

2일 경기 후 이정후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갈 것이라 이야기한 김혜성은 일어나자마자 다시 경기 준비를 해야 한다. 다저스는 3일 선수단을 두 개로 나눠 경기를 치른다. 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를 하는 조가 있고, 오클랜드 원정을 떠나는 조가 있다. 스플릿 스쿼드라 현재 캠프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야 한다. 김혜성도 두 경기 중 한 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4일에는 휴식을 취하고, 5일부터 다시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한다. 다저스의 올 시즌 일정은 3월 18일과 19일 열리는 도쿄시리즈로 시작되고 이 경기는 스포티비가 중계한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선물 토토모던 EVENT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