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리 와봐, 잘 먹고 잘 살아라" FA로 떠났지만…이렇게 격의 없는 스승과 제자 봤나
컨텐츠 정보
- 1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OSEN=이상학 기자] “너 이리 와봐.”
지난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타격 훈련 때 배팅 케이지 쪽에서 친정팀 KT 선수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는 한화 이글스 투수 엄상백(29)을 보곤 “다른 팀들한테는 작살이 나더니 우리한테만 6회까지 던졌다”며 괘씸한 표정을 지었다. 엄상백은 그 전날(25일) KT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첫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며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총 투구수 102개로 시즌 첫 100구 이상 투구를 했다.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3km 직구(29개)보다 체인지업(61개) 구사 비율 크게 높여 재미를 봤다. 여기에 커터(7개), 커브(5개)를 간간이 섞어 던지며 KT 타자들을 제압했다. 앞서 4경기에선 1승3패 평균자책점 6.89로 부진하며 기대에 못 미쳤지만 친정팀과 첫 대결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엄상백이 3루 덕아웃으로 인사를 하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오자 이강철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너 이리 와봐. 6회까지 던진 거 어제가 처음이지?”라며 살짝 긁은 뒤 “잘 던져라. 다른 팀하고 할 때도 잘해라”며 엄상백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오랜만에 만난 이 감독을 끌어안은 엄상백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엄상백은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10년의 시간을 수원에서 보냈다. 2019년 KT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과도 5시즌을 함께하면서 수준급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이를 발판 삼아 지난해 시즌 후 4년 최대 78억원 조건에 한화로 이적했다. 팀은 떠났지만 스승과 제자로서 격의 없는 친분은 여전하다.
이 감독은 엄상백을 향해 “너무 부담 갖지 마라. 내가 첫 FA였잖아. 잘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할수록 더 안 되더라. 상백이 너도 편하게 하던 대로 해라”고 말했다. 통산 152승을 거둔 당대 최고 언더핸드 투수로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핵심 선발이었던 이 감독은 2000년 FA 1호 이적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3년 8억원으로 최고 대우를 받으며 이적한 이 감독은 그러나 무릎 부상 여파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FA 이적 후 부진한 엄상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경험과 진심에서 우러나는 조언이었다.

이어 이 감독은 엄상백에게 “우준이도 있잖아. 어제도 우준이가 다 해줬더라”며 함께 KT에서 한화로 FA 이적한 유격수 심우준도 언급했다. 25일 경기에서 심우준이 5~6회 두 번이나 3유간 깊은 땅볼 타구를 잡아 정확한 1루 송구로 아웃을 잡아내며 엄상백을 도왔다.
이 감독은 “우준이 아니었으면 볼 개수 20개는 더 늘어났을 텐데”라며 못내 아쉬워했고, 엄상백도 “그거 2개로 다 끝났습니다”라고 웃으며 이 감독의 말에 동조했다.
개인적인 안부도 주고받으며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운 두 사람. 이 감독은 “잘 먹고, 잘 살아라”며 엄상백을 웃으며 떠나보냈다. 엄상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 감독은 “착한 놈이다. 진짜 착해”라면서 “너무 착해서 나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다”며 씩 웃었다. 이제는 다른 팀이지만 옛 제자를 향한 스승의 애틋함이 묻어났다.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