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 절박했으면…일면식 없던 김태균 찾아 조언 구한 2020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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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문상철(34)은 지금도 2020년 여름을 잊지 못한다. 일면식도 없던 다른 팀 선배 김태균(한화 은퇴)을 찾아가 타격 폼을 물었다. 절박했다. 2014년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으며 신생팀 KT에 입단했지만, 서른이 다 되도록 이뤄놓은 게 없었다.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문상철은 “고등학교, 대학교 거치면서 야구를 못한 적이 없었다. 상무에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생각했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었는데 돌아오니까 또 안 되더라. 군대 가기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니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그 뒤 몇 년이 더 지났다. 한때 은퇴까지 생각했던 문상철은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2023시즌 100경기 이상(112경기) 출장했고, 지난해는 17홈런으로 데뷔 후 처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문상철은 “이제야 경기장에 싸우러 나갈 준비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너무 오래 지나치게 고민했던 시간을 이제는 통과했다는 얘기다.
문상철은 “싸우러 나가서도 계속 고민하고 준비만 했는데 지난 시즌에야 비로소 준비가 좀 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준주전급으로 활약했던 2023년조차도 마음속 한켠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문상철은 “재작년까지도 거의 지명타자로만 나갔다. 1루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이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다. 꾸준히 출전하고 수비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졌”고 했다. 확실한 자기 위치를 찾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문상철은 올해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정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10홈런을 목표로 세웠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른 6월3일 시즌 10호를 쳤다. ‘한 번은 꼭 해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목표를 그렇게 쉽게 하고나니 허무하기까지 했다.
문상철은 대신 매년 생각했던 목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시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팀과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문상철은 “지난해 1군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냈고, 또 부상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팀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많은 게 함축된 목표”라고 말했다.
그 마지막이 한국시리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문상철은 생애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재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을 꼽았다. 9회초 2사 후 문상철이 결승 2루타를 때린 경기다. 앞선 타석에서 초유의 ‘번트 삼중살’을 범했던 탓에 결승타의 감격이 더 컸다.
당시 KT는 문상철의 활약으로 1차전을 따냈지만 결국 LG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도 그랬다. 문상철의 결승 2점 홈런을 앞세워 KT는 1차전을 이겼지만 5차전 혈투 끝에 다시 LG에 밀렸다. 2년 연속 가을 야구 1차전 결승타를 때렸는데 시리즈는 결국 패하고 말았다. 올 시즌 반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활약하며 동료들과 리그 최정상에 서는 것, 2025년 문상철이 그리고 있는 꿈이다.
질롱 | 심진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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