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된 제자' 엄상백 보고 웃었다…이강철 감독 "제발, 다른 팀하고 할 때도 잘해라!" [대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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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그렇게 잘 던져?"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얘기 중이던 이강철 감독이 그라운드를 보며 거칠게 소리쳤다. 전날 선발투수였던 엄상백이 '전 동료' KT 선수들과 회포를 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강철 감독이 "다른 팀한테는 작살나더니 우리한테 6회까지 던졌다"고 짓궂은 농담을 했다.
엄상백은 25일 시즌 처음 KT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적 후 첫 퀄리티스타트를 공교롭게도 '친정팀' 상대로 달성했다. 하지만 승리를 챙긴 건 KT였다. 소형준과 손동현, 박영현의 쾌투를 앞세운 KT가 2-1 신승을 거뒀다.이내 엄상백이 이강철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3루 더그아웃을 찾자 이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엄상백을 반겼다. "너 6회까지 처음 던졌지?"라며 엄상백을 놀린 이강철 감독은 이내 "잘했다. 제발 다른 팀하고 할 때도 잘해라"라고 웃었다.
2015 KT 1차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엄상백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한화와 4년 최대 78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강철 감독이 2019년 KT에 부임했으니 두 사람이 함께한 세월도 결코 짧지 않았다.


지난 시즌 156⅔이닝을 소화해 13승을 기록, 한화 선발의 새로운 한 축으로 기대를 모은 엄상백은 올 시즌 첫 3경기에서 모두 5회 이전 강판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지난 18일 대전 NC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첫 승, 이번에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안정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엄상백을 향해 "하던 대로 편하게 해"라고 조언하며 "우준이라도 있잖아. 어제 우준이가 다 해주더라. 그거 아니었으면 20구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고, 엄상백도 "그 (수비) 2개로 끝났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심우준 역시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맺으며 KT에서 한화로 팀을 옮겼고, 전날도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감 있는 송구로 엄상백을 도왔다.
엄상백은 전날 투구를 하다 팔이 불편한 듯 몇 차례 팔을 풀기도 했는데, 이강철 감독은 이 장면을 돌아보며 "내려가면 안 되는데, 그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옛 제자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내 엄상백에게 대전에서의 생활을 물어본 이 감독은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고 말하며 웃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격려였다.
엄상백이 떠난 후 이 감독은 "정말 착하다. 그래서 나한테 몇 번 혼나기도 했다"고 웃으며 이제는 적이 된 엄상백의 성장을 또 한 번 따뜻하게 바라봤다. 엄상백은 잘 던졌고, KT는 승리를 챙겼으니 이강철 감독으로선 가장 흐뭇한 결과를 낳은 경기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대전,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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