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니밖에 없다' 그럼 막아보시던가…열받은 이정효의 광주, 아사니 2골로 日 고베 격파…ACLE 8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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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아, 열받네? 아사니 말고는 선수가 없다고 생각하나보다."
폭발한 이정효 감독이 기적을 연출했다. 이정효 감독이 이끈 광주FC가 12일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친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에서 비셀 고베(일본)를 3-0으로 격파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2로 패하고 돌아와 8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던 광주였는데 안방에서 2골을 터뜨리며 연장으로 끌고가는 데 성공했다. 120분 혈투의 마지막 순간 아사니가 원더골을 뽑아내며 극적으로 8강 티켓을 따냈다. 역시 아사니였다. 상대 견제가 어느 때보다 강했지만, 멀티골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일전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고베의 요시다 다카유키 감독은 아사니와 헤이스만 주요 경계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전해들은 이정효 감독은 답변을 이어가다 "열받네"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아사니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약간 무시하는 것 같다.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화가 난다. 선수들과 공유해서 전투력을 더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라고 다짐했다.
한층 더 고베를 분석한 이정효의 끈질김이 아사니를 알고도 막지 못하는 카드로 발전시켰다. 이정효 감독은 보란듯이 아사니와 헤이스를 중심으로 박정인, 오후성, 박태준, 이강현, 이민기, 민상기, 조성권, 김진호, 김경민을 선발로 내세웠다.
선제골을 빨리 터뜨리는 걸 목표로 한 광주가 시작부터 공세를 높였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오후성이 과감한 슈팅을 가져갔다. 곧바로 헤이스도 박태준의 크로스를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해 고베를 위협했다.

계속 두들기던 광주가 원하던 시간대에 골을 뽑아냈다. 전반 18분 박태준이 문전으로 올려준 프리킥을 박정인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이날의 선제골이자 합계 스코어 상으로 추격골이 일찍 터지면서 광주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은 광주는 고베를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후반에 접어들어도 양상은 비슷했다. 광주의 파상공세를 고베가 수비적으로 버티려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광주가 짜임새 있게 고베를 위협했고, 아사니가 점차 직접 슈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달아오른 분위기와 달리 1골이 터지지 않았다. 다급해진 광주는 스트라이커 박인혁을 투입하며 창을 강화했다. 후반 32분에는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주세종도 넣었다.
광주가 계속해서 점유하며 공격했는데 시간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후반 40분에 접어들 무렵 기적이 펼쳐졌다. 오후성이 고베 문전을 향해 볼을 우겨넣었고, 박인혁과 공중볼 경합을 하던 이와나미 타쿠야가 핸드볼 파울을 저질렀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아사니가 키커로 나섰다. 고베가 가장 경계했던 아사니이기에 분명 페널티킥도 분석했을 터. 부담감이 큰 상황을 아사니가 이겨냈다. 아사니는 골키퍼가 손을 뻗어도 어찌할 수 없는 높이로 강하게 차 넣었다.

광주가 기어이 홈에서 2골을 뽑아내며 합계 2-2로 연장 승부를 만들어냈다. 고베도 연장전에 들어서는 공격에 힘을 줬다. 광주도 그럴수록 속도를 높였고, 연장 전반 막바지 박인혁의 결정적인 헤더가 터졌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정효 감독은 연장 후반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했다. 한층 정신무장을 한 광주가 남은 15분 동안 드라마를 완성했다. 연장 후반 민상기가 부상으로 빠지며 정신력으로 버티던 광주는 연장 13분 아사니가 고베의 골망을 재차 흔들었다. 아크 정면에서 왼발로 감아찬 볼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고베 골문에 꽂혔다.
광주가 극장 승리를 연출하며 ACLE 8강으로 향했다. K리그 유일 생존으로 자존심을 고취시켰다. 더불어 8강 진출로 40만 달러(약 6억 원)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이번 대회에서만 총 180만 달러(약 26억 원)를 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8강에 합류한 광주는 내달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8강에 진출한 동아시아 4개 팀과 서아시아 4개 팀이 모여 펼치는 ACLE 파이널 스테이지를 통해 더 높은 곳을 겨냥한다. 추첨 결과에 따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알 나스르나 빅네임이 가득한 알 힐랄 등을 만날 수 있다. 8강부터 결승까지는 단판 승부로 치러지기에 광주의 유쾌한 반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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